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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13 July 2011

주병진, 그 날의 그 사건을 기억하다

주병진, 그 날의 그 사건을 기억하다
헤럴드경제|입력 2011.07.14 02:16|수정 2011.07.14 08:02

"내 안의 한 사람은 죽어가는데 또 다른 한 사람은 살고자 발악을 했다."
주병진의 이야기다. '방송계의 신사'가 어느 한 순간 무너졌다. 인기 정상에 섰던 토크쇼의 황제는 어느날 '인기의 허망함'을 느껴 사업가로의 변신을 시도했다. 연예활동을 하던 시절만큼이나 화려했던 사업가로의 삶, 그 인생에 그늘이 드리워지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12년전인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원한 '신사' 주병진이 지난 7일에 이어 14일에도 '황금어장-무릎팍도사'를 통해 안방의 시청자를 찾았다. 세칭 '방부제 개그'로 떠오른 주병진의 변함없는 입담이 화제를 모은 지난 방송에 이어 이날은 주병진의 사업가 변신과 한 사건의 이야기가 중심이 됐다.
주병진은 어렵사리 당시의 기억을 더듬었다. 강산이 한 번은 변해있을 시간, 하지만 주병진에겐 그치지 않는 악몽의 연속이었다.

지난 2000년 주병진은 한 여대생으로부터 고소를 당한다. 당시 연예계는 말 그대로 '발칵' 뒤집혔다. 자타공인 방송계의 신사가 저지른 '성폭행 사건'이었다. 주병진에겐 결코 지울 수 없는 불미스럽고 억울한, 씻을 수 없는 절망적인 사건이었으며 세상엔 한 사람을 추락시킬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사장될 단 하나의 사건이었다.
2년여의 법정공방은 여대생의 성폭행 고소와 함께 진행됐다. 1심 공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던 주병진, 당시에 대해 그는 "그 때의 중압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여론은 마녀사냥식으로 사건을 몰아갔고 숨조차 쉴 수 없는 날들이었다"고 떠올렸다. 누군가 주병진에게 도움이 되려 해도 그 사실로조차 뭇매를 맞던 때였다. 인터넷이 활발해지기 시작하며 잔인한 활자들로 집중폭격을 맞던 때였다. 아무리 진실을 주장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던 때였다.
그 때에 주병진에게 손을 내민 동료들이 있었다. 임신 중이었음에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발로 뛴 코미디언 동료들, 이성미 박미선 이경실이었다. "지속적으로 싸워나가는 데에 도움이 됐다. 끝까지 나에 대한 믿음을 갖고 쓰러지지 않게 도와준 사람들"이라고 동료들에 대해 전한 주병진은 "가장 힘들었을 때 옆에 있어준 사람들이다.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라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주병진과 이들은 고소한 여대생의 친구와 목격자를 만나며 하나둘씩 진실을 밝혀내기 시작했다. 어떠한 과정을 거쳐 '성폭행 사건'으로 포장되고 뒤바꼈는지가 서서히 알려지게 됐다. 그 시간은 무려 2년여. 2003년 주병진은 마침내 무죄를 선고받았다.
세상에 진실이 알려지게 된 이날, 주병진과 동료들은 기쁨의 함성을 질렀다고 한다. 그는 "진실이 밝혀져 너무나 기뻤다. 원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사건으로 인한 손가락질은 지속되고 있었다"면서 참았던 숨을 내뱉었다.
이미 대중의 관심은 사라진 뒤였다. 시작의 충격은 만천하를 떠들썩하게 했지만 지리한 시간이 흐르자 흥미를 잃고 만 사건이 돼버렸다. 주병진은 당시 "법정을 나온 순간 날아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또다시 긴 싸움이겠구나 생각했다"고 한다.

12년의 시간을 보낸 뒤 12년이나 지난 사건으로 묻혔다는 것을 알게 된 주병진, 그 긴 시간동안 자살을 생각한 적도 있었다. 이 긴 날들의 기억은 주병진에게 트라우마로 남아 여전히 그를 짓누르고 있다. "악몽에 시달리고 제대로 잠에 빠질 수도 없다. 공포스럽게 잠에서 깨어나곤 한다"는 주병진은 "내안의 한 사람은 죽어가는데 내 안의 또다른 나는 어떻게든 살고자 발악을 한다"면서 당시의 기억은 여전히 '아물지 않는 상처'로 남아있음을 전했다.
주병진은 하지만 '다시 서고 싶다'고 했다. "이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문을 열고 나가고 싶다. 하늘을 바라보고 싶고 세상을 찾고 싶다"는 것. 주병진은 그렇게 새날들을 희망하며 지난 14년간 방송활동을 하지 않았지만 서서히 그날이 가까워졌다고 방송복귀 가능성을 시사했다.

< 고승희 기자 @seungheez > shee@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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